2회차 · 소리
어둠이 내린 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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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당장 이 살덩이를 당산목으로 옮기지 않으면, 오늘 밤 이 골짜기 전체가 피바다에 잠길 게야!"
천만석의 쇳소리가 축축한 소나무 숲의 냉기를 찢어발겼다. 백태가 낀 멀어버린 눈두덩 위로 굵은 힘줄이 꿈틀거렸고, 낡은 한복 소매 사이로 드러난 앙상한 손은 쥐고 있는 참나무 지팡이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의 이장이 흙투성이가 된 무릎을 털며 태주의 팔을 붙잡았다. 억센 손아귀에 실투성이가 된 무릎을 털며 태주의 팔을 붙잡았다. 억센 손아귀에 실린 것은 경찰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당장 목덜미를 물어뜯길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였다.
"태주야, 아니 강 경사! 제발 고집 피우지 마라. 네가 서울서 대단한 형사를 하다 왔는지는 몰라도, 여그는 묵리여! 저 시체 꼴을 봐라. 저게 사람 짓거리더냐? 뼈가 저렇게 거꾸로 튀어나왔는데 칼자국 하나 없잖여! 만석 영감님 말씀 안 들었다가 오늘 밤에 무슨 변을 당하려고!"
"맞소! 지난달에도 삼거리 박가네 누렁소가 저 꼴로 목이 돌아가 죽었단 말이여!"
"파살굿을 해야 혀! 당산에목 어르신한테 제물을 바치고 살을 풀어내야 한단 말이요!"
비명에 가까운 아우성이 안개 속에서 메아리쳤다. 서너 명의 장정이 시체 쪽으로 발을 디뎠다. 낡은 새끼줄과 거적때기를 든 손들이 시신의 뒤틀린 사지를 묶어 끌어낼 기세였다.
태주의 턱관절이 날카롭게 굳어졌다.
그는 팔을 낚아채 이장의 손아귀를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가슴팍 안주머니에서 묵직한 검은색 가죽 지갑을 꺼내 펼쳐 보였다. 번쩍이는 경찰 배지가 축축한 잿빛 공기 속에서 서늘한 금속광을 뿜어냈다. 동시에 태주는 허리춤의 권총집 덮개를 탁, 소리 나게 풀었다. 총을 뽑지는 않았으나, 손잡이를 단단히 쥐는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도 공기가 얼어붙었다.
"전원 뒤로 물러서!"
태주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숲 전체를 짓누를 만큼 무겁고 날카로웠다.
"형법 제319조 및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이 시각부로 이곳은 범죄 현장으로 통제됩니다. 현장에 무단으로 접근하거나 시신을 훼손, 은닉하려 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로 즉시 현행범 체포합니다."
"태주 너……!"
"강 경사라고 부르십시오, 이장님."
태주의 서늘한 눈빛이 웅성거리던 노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었다.
"이건 주술 따위로 덮을 수 있는 굿판거리가 아닙니다. 사지가 탈골되고 경추가 골절된 명백한 타살체입니다. 흉기를 쓰지 않고 인체를 이 지경으로 파괴했다면, 가해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리적 도구를 사용했거나 극도로 치밀한 흉계를 꾸민 자입니다. 굿판을 벌여 현장을 어지럽히는 순간, 여러분 전원이 살인범의 공범으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공범', '체포'라는 단어가 주는 현실적인 압박감은 토속적인 공포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그들의 발을 땅바닥에 못 박았다.
천만석이 혀를 차며 지팡이로 검은 흙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
쿵.
마치 땅속 깊은 곳을 울리는 듯한 둔탁한 파동이 번져 나갔다.
"어리석은 놈. 쥐뿔도 모르는 풋내기가 종이 쪼가리 법전을 들이대며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어지럽히는구나.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해는 지고, 안개는 차오를 것이다. 검은 못바닥의 원귀가 굶주려 입을 벌리고 있는데…… 네놈이 그 시체를 끌어안고 오늘 밤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천 씨 영감님."
태주가 장갑 낀 손으로 시신의 품에서 빼낸 붉은 살부(煞符)를 집어 들었다. 피 묻은 부적을 천만석의 얼굴 바로 앞까지 들이밀며 태주가 짓씹듯 물었다.
"이게 뭡니까. 왜 망자의 가슴팍에 당신네들이나 쓰는 부적이 꽂혀 있는 겁니까? 이 뱀 형상의 주사 안료, 당신이 그린 거 아닙니까?"
천만석의 성한 외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노인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말려 올라가며 누런 치열이 드러났다.
"그것은 살(煞)을 부르는 문양이 아니라, 살을 가두려던 흔적이다. 허나 실패했지. 인간의 피로 쓴 살부조차 놈의 분노를 틀어막지 못한 게야. 어디 네놈 멋대로 해보아라. 시체를 파출소로 끌고 가든 네놈 방구석에 처넣든, 어둠이 내리면 피 냄새를 맡은 놈이 문지방을 넘을 테니."
천만석은 더는 말을 섞지 않겠다는 듯 몸을 돌렸다. 낡은 한복 자락을 펄럭이며 안개 낀 숲길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가자, 이장. 죽을 자리를 제 손으로 파겠다는 놈을 말려 무엇하겠는가. 당산목에 제를 올릴 준비나 해라. 신목이 버텨주지 못하면 오늘 밤 문을 넘는 것은 저 시체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게야."
노인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멀어지자, 겁에 질린 주민들도 허둥지둥 천만석의 뒤를 쫓아 흩어졌다. 순식간에 소나무 숲에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태주의 거친 숨소리만이 남았다.
* * *
태주는 홀로 남아 시신의 상태를 재차 확인했다.
주머니를 뒤졌으나 지갑이나 신분증 같은 소지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겉옷은 방수 기능이 있는 두툼한 야외용 점퍼였으나 상표 라벨은 칼로 도려낸 듯 말끔히 잘려 있었다. 신원을 감추려 한 의도적인 흔적이었다. 손바닥에는 거친 굳은살이 박여 있었고, 손톱 밑에는 묵리의 특산물처럼 널린 검은 흙이 진득하게 끼어 있었다.
'외부인인가? 아니면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자인가.'
태주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나다. 파 화면에는 여전히 붉은 엑스 표와 함께 '통신 불능' 메시지만 깜빡였다. 파출소 유선 전화로 본서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과학수사대와 검안의가 도착하려면 산길을 타고 최소 두 시간은 족히 걸릴 터였다.
문제는 날씨였다.
숲 위를 올려다보자, 오후 세 시를 조금 넘긴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짙은 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파른 분지 지형 특유의 빠른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골짜기 틈새로 축축한 안개가 뱀의 혓바닥처럼 기어 내려오며 시야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태주는 이를 악물고 본가 마당으로 뛰어가 트렁크에 실려 있던 두꺼운 방수포와 로프를 가져왔다.
사지가 역방향으로 꺾인 시신을 방수포 위에 눕히는 작업은 끔찍한 고역이었다. 뒤틀린 뼈마디가 부딪치며 덜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손끝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후우……."
태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신을 방수포로 꽁꽁 싸맸다. 마르고 단단한 체격이었지만, 성인 남성의 사체를 혼자 끌고 비탈길을 오르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소모시켰다.
숲을 빠져나와 마을길로 들어섰을 때, 길가에는 단 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집집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창문에 누런 창호지와 부적을 덧대어 붙인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을 어귀를 지날 때, 도로변의 거대한 당산목이 다시금 태주의 시야에 들어왔다.
수백 년 묵은 고목 주위로 짚단을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만석과 몇몇 노인들이 나무 둥치에 새끼줄을 덧감으며 무엇인가를 웅얼거리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것은 주술적인 축문 소리였다.
나무 밑동에 흩뿌려진 검은 흙 위로 붉은 피가 흥건했다. 닭의 목을 쳐서 뿌린 듯한 생피였다.
태주는 그 기괴한 광경을 노려보며 시신을 실은 손수레를 파출소 쪽으로 밀었다.
묵리 파출소는 마을 중심부 공터에 자리 잡은 낡은 1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상주 인원이라고는 소장을 포함해 서너 명이 고작인 시골 지서였으나, 현재는 관할 구역 순찰을 핑계로 다른 직원들은 모두 읍내 본서로 빠져나가 태주 혼자 근무하는 형태였다.
태주는 파출소 뒤편의 서늘한 자재 창고 문을 열었다. 바닥의 먼지를 쓸어내고 방수포에 싸인 시신을 안치했다. 창고 안의 냉기는 시신의 부패를 잠시나마 늦춰줄 수 있을 터였다.
창고 문을 자물쇠로 단단히 걸어 잠근 태주는 사무실로 들어가 유선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지지직거리는 지독한 잡음 끝에 간신히 신호가 갔다.
"예, 서부경찰서 상황실입니다."
"묵리 파출소 강태주 경사입니다. 관내 변사 사건 발생했습니다. 현장 보존 중이며 변사자 1명, 사체 훼손 및 타살 정황 확실합니다. 즉시 감식반과 검안의, 형사 당직팀 출동 요청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상황실 근무자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강 경사님살? 아, 그 묵리…… 거기는 지금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무슨 소립니까? 살인 사건입니다."
— 기상특보가 떴어요. 묵리 고갯길 쪽에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5미터도 안 나오는 데다, 초겨울 결빙 때문에 2차선 산간 도로가 전면 통제됐습니다. 도로공사에서 제설차랑 모래 살포차가 들어가야 하는데, 안개가 너무 심해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떠서 안개가 걷혀야 차가 들어갈 수 있어요.
"내일 아침이라고요? 지금 현장에 사체가 방치되어 있습니다. 헬기 지원은 안 됩니까?"
— 분지 지형에 기류가 너무 불안정해서 헬기 이착륙도 불가능합니다. 죄송하지만 날 밝을 때까지 현장 보존 철저히 하시고, 파출소 내에서 대기하십시오.
탁.
통신선이 일방적으로 끊기며 뚜- 뚜- 하는 기계음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태주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고립이었다.
창밖을 내다보자, 마을의 하늘은 이미 짙은 먹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산봉우리들이 거대한 괴수의 이빨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고, 숲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도로와 가옥을 집어삼키며 파출소 문턱 앞까지 차올라 있었다.
문득 어릴 적 노인들이 들려주던 경고가 귓가를 맴을 경돌았다.
'마을의 결계를 유지하는 신목이 베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밤에 마을 경계를 살아서 벗어날 수 없다.'
태주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미신 섞인 잡념을 털어냈다. 미신이 아니라 기상 악화와 도로 결빙으로 인한 단순한 고립일 뿐이었다. 강력계에서 숱한 범죄자를 다뤄온 그에게 이런 토속적인 두려움은 배제해야 할 비이성에 불과했다.
하지만 허리춤에 찬 권총의 차가운 금속성 촉감조차 뼈마디 속으로 스며드는 기분 나쁜 한기를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다.
'어머니.'
태주의 머릿속에 집에 홀로 남겨진 노모의 얼굴이 번개처럼 스쳤다.
현장 수습과 시신 안치에 정신이 팔려 어머니를 혼자 둔 지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태주는 파출소 문을 걸어 잠그고, 손전등을 켜 든 채 어둠이 깔린 본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밤의 묵리는 낮보다 훨씬 기괴했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켜지지 않은 비포장길 위로 축축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발목을 휘감았다. 손전등의 빛줄기는 불과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뚫지 못하고 안갯속에서 희뿌옇게 흩어졌다.
푸드덕.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거대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끼에엑- 까악.
귓전을 찢는 듯한 불길한 울음소리가 적막을 깼다. 발밑을 밟는 흙은 여전히 차갑고 질척거렸으며, 코끝을 찌르는 부패한 흙냄새는 낮보다 훨씬 짙어져 있었다.
마침내 본가의 허물어져 가는 사립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태주는 삐걱거리는 대문을 밀치고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무이! 태주 왔어요!"
대답이 없었다.
안채 안방의 미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방 안의 전등은 꺼진 채 칠흑 같은 어둠만이 들어차 있었다.
태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무이!"
태주가 신발을 벗을 새도 없이 마루로 뛰어올라 방 안의 스위치를 올렸다.
형광등이 치직거리며 깜빡이다가 희미한 주황빛을 토해냈다.
방 안은 처참한 꼴이었다.
태주가 깔아두었던 두툼한 솜이불은 갈가리 찢겨 솜뭉치가 방바닥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고, 벽에 붙어 있던 낡은 도배지는 손톱으로 마구 긁어내린 듯 길게 찢겨 나가 흙벽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방구석, 어둠이 가장 짙게 드리운 구석에 옥순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무이……!"
태주가 굳은 얼굴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옥순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패딩 점퍼는 벗어던진 채 얇은 내복 차림이었는데, 양손의 열 손가락 끝은 흙벽을 긁어대느라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찢어진 손톱 틈새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장판을 적시고 있었다.
노모는 초점 없는 흐린 눈으로 방바닥의 한 지점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딱딱딱딱 이를 부딪치고 있었다.
극도의 공포에 질려 턱관절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무이, 정신 차려보세요. 나예요, 태주. 왜 이러고 계세요, 손이 이게 뭐야……."
태주가 노모의 피투성이가 된 손을 감싸 쥐려 하자, 옥순이 비명을 지르며 태주의 팔을 사납게 뿌리쳤다.
"오지 마! 만지지 마라! 살이 묻었다…… 네놈 몸뚱이에 피비린내가 진동을 혀!"
옥순의 목소리는 쉰 쇳소리가 섞여 태주가 알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넋이 나간 듯한 노모의 눈동자가 태주의 가슴팍을 향했다. 낮에 시신의 품에서 꺼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살부(煞符)가 있는 바로 그 자리였다.
"어무이, 나 태주예요. 아들 강태주. 진정하세요. 약 드셔야지, 응?"
태주는 이를 악물고 노모의 앙상한 어깨를 부둥켜안았다. 뼈마디만 남은 옥순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사시나무 떨듯 진동하고 있었다.
옥순은 태주의 품에 안긴 채 허공을 향해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을 뻗었다.
"그놈이…… 흙탕물을 털고 일어섰다. 당산목 새끼줄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어. 태주야, 네가 그 시체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혀. 검은 못바닥에 묻어둔 죗값이…… 기어코 문을 열고 기어 나왔단 말이여!"
"검은 못이라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무이!"
태주가 옥순의 어깨를 쥐며 다급하게 물었다. 낮에 천만석도 언급했던 이름이었다. 묵리 뒤편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저수지, 마을 사람들이 불길하다며 접근조차 꺼리던 '검은 못'.
옥순은 태주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며 허공을 향해 섬뜩한 말을 쏟아냈다.
"사람을 죽여 못에 던진 놈도 죄인이요, 그걸 보고도 입을 다문 년도 죄인이여. 그 피를 먹고 자란 신목이 오늘 밤 목을 꺾을 게야. 아무도 못 나가…… 해가 져버렸어. 밤에는 아무도 이 골짜기를 살아서 못 빠져나가……!"
옥순의 눈에서 검붉은 핏물이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모는 갑자기 온몸을 뒤틀며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켁, 켁거리며 토해낸 위액 속에는 검은 흙덩어리와 함께 썩은 나뭇잎 조각들이 섞여 있었다.
치매 증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기괴하고 참혹했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 짓눌려 영혼이 갉아먹히고 있는 자의 발작이었다.
태주는 떨리는 손으로 구급상자를 찾아 노모의 상처투성이 손을 소독하고 붕대로 동여맸다. 신경안정제를 물에 타 억지로 삼키게 한 뒤, 찢어지지 않은 여분의 이불을 가져와 노모의 몸을 꽁꽁 감쌌다.
한참을 발작하던 옥순은 약기운이 돌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