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내 제자들아2회차

2회차 · 샤인

지상낙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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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를 다 얹고 지붕 위에서 내려온 연우진의 얼굴은 맑은 샘물처럼 환하게 빛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귀신이 곡을 하며 도망칠 것 같던 흉가는 온데간데없었다. 반듯하게 솟은 통나무 기둥과 새로 올린 단단한 돌 지붕, 빈틈없이 메워진 석벽과 말끔하게 잡초를 뽑아낸 너른 연무장까지.

비록 화려한 금칠이나 단청은 없었지만, 비바람을 막고 백 명이 모여 무예를 닦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도장의 꼴을 갖추고 있었다.

“음, 역시 사부님의 가르침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 뼈대가 튼튼해야 집도 오래가고, 몸도 오래가는 법이지.”

우진은 흡족하게 웃으며 마당 한가운데에 손수 깎아 만든 현판을 우뚝 세웠다.

산통나무를 두 쪽으로 쪼갠 널찍한 판자 위에, 자신의 검지손가락 끝으로 무량생기공의 기운을 실어 꾹꾹 파낸 글씨였다.

[ 萬 壽 道 場 ]

우진은 현판을 대문 위쪽 들보에 번쩍 들어 올린 뒤, 주먹으로 쾅 내리쳐 못질도 없이 들보 홈에 딱 물려 넣었다.

“좋아! 이제 어엿한 만수도장이다.”

하지만 우진의 눈에는 아직 채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도장이란 무릇 제자들이 들어와 몸을 부수고 다시 맞추며 살아 숨 쉬는 기쁨을 맛보아야 하는 신성한 공간이 아닌가.

“제자들이 들어왔을 때 실망하면 안 되지. 사부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극락훈육의 따스한 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기초 시설을 만들어두어야겠어.”

우진은 신이 나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는 뒷산으로 달려가 무게가 수백 근에서 천 근에 달하는 둥글넓적한 거암들을 스무 개쯤 주워 왔다. 그러고는 굵은 칡넝쿨을 엮어 바위들을 묶은 뒤, 연무장 천장 서까래곳곳에 매달아 놓았다.

바람이 불거나 밑에서 줄을 잘못 건드리면 거암이 시계추처럼 휙휙 날아다니도록 만든 정교한 장치였다.

“잠결에 날아오는 바위를 피하지 못하면 머리가 터질 테니, 자연스럽게 기감이 날카로워지겠지? 훌륭한 집중력 강화 침실이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식당으로 쓸 방바닥 밑에는 깊이 다섯 자의 구덩이를 파고 산에서 잡아 온 가시도마뱀과 독 없는 풀뱀 수십 마리를 풀어 넣은 뒤, 얇은 나무판자 하나만 간신히 걸쳐 놓았다.

“밥을 먹을 때는 하체에 중심을 딱 잡아야지. 숟가락질하다가 떨어지면 뱀들과 함께 점심을 나눠 먹어야 하니까, 밥상머리 예절과 마보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최고의 식당이군.”

우진은 완성된 도장 내부를 둘러보며 뿌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내가 이렇게 다정하고 자상한 스승이 될 줄이야. 사부님께서 보셨다면 ‘제자 놈이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는구나!’ 하고 혀를 차셨을지도 몰라.”

천장에서 천 근짜리 바위가 덜렁거리고 발밑에서 뱀 대가리가 꿈틀거리는 흉악한 생지옥을 보며, 우진은 스스로의 넘치는 제자 사랑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좋아, 도장은 완벽해. 이제 삼천팔백 냥의 빚을 갚아줄 착하고 튼튼한 제자들을 모집하러 가볼까!”

우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길을 내려가 형양현 저잣거리로 향했다.

형양현의 저녁 거리는 화려한 홍등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주막마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고, 번화가 뒷골목에서는 분 냄새가 진동했다.

그 화려한 골목 어귀의 비단 가게 앞, 비단결 같은 흑발을 늘어뜨리고 분홍빛 비단 도포를 걸친 사내 하나가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서 있었다.

‘유희검’ 유화봉.

호남성 일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자칭 ‘풍류검객’이자, 남들이 부르기로는 ‘형양현 제일의 기생오래비’였다.

그는 반반한 얼굴과 유들유들한 말솜씨, 그리고 제법 준수한 검술 실력을 무기로 부잣집 과부나 철부지 규수들의 마음을 훔쳐 은자를 뜯어내는 데 도가 튼 한량이었다. 결코 사람을 해치거나 강포한 짓을 저지르는 흉악범은 아니었으나, 뺀질거리며 여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짓거리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이고, 마님. 오늘따라 분꽃 향기가 유난히 달콤하다 했더니, 마님의 고운 자태 때문이었군요. 제 심장이 달빛 아래서 춤을 춥니다.”

유화봉은 비단 가게를 나오는 통통한 중년 부인의 손등을 살포시 쥐며 눈웃음을 쳤다.

“어머나, 유 공자도 참! 호호호, 말도 잘하셔. 자, 이건 저녁에 차라도 한잔 사 마시라고 주는 거니까 사양 말고 받아요.”

중년 부인이 볼을 붉히며 비단 주머니에서 은자 두 냥을 꺼내 쥐여주었다.

유화봉은 능숙하게 은자를 소매 속에 챙겨 넣으며 부채를 촤르륵 펼쳤다.

“마님의 은혜는 이 화봉의 가슴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하하하!”

부인이 가마를 타고 사라지자마자, 유화봉의 얼굴에서 달콤한 미소가 싹 지워졌다. 그는 소매 속 은자를 만지작거리며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쳇, 늙은 여우 같으니. 겨우 두 냥? 내가 한 시진 동안 입안에 혀처럼 굴어줬더니 꼴랑 찻값만 쥐여줘? 오늘은 물이 영 안 좋네.”

유화봉은 입맛을 다시며 골목길을 어슬렁거렸다. 어디 돈 많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먹잇감이 없나 살피던 그의 눈에, 길 건너편에서 두리번거리는 한 청년이 들어왔다.

허름한 삼베옷, 먼지 묻은 짚신.

하지만 그 얼굴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생겼고, 눈망울은 갓 태어난 사슴처럼 맑고 티가 없었다. 게다가 손에는 삐뚤빼뚤한 먹글씨로 ‘만수도장 제자 모집, 숙식 완비, 지상낙원 보장’이라 적힌 나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유화봉의 뱀 같은 눈이 번뜩였다.

‘호오? 저 녀석 봐라. 얼굴은 기생 뺨치게 반반한 놈이, 눈빛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는구나. 시골 구석에서 갓 올라온 촌뜨기 무지렁이 같은데…….’

유화봉의 뇌리에 사악하고도 달콤한 계책이 스쳐 지나갔다.

‘저놈을 살살 꼬드겨서 내 조수로 부려먹으면 딱이겠어! 저 맑은 얼굴로 부잣집 규수들 시선을 끌게 하고, 뒤에서 내가 실속을 챙기면 하루에 금화 수십 닢도 우습겠는데?’

유화봉은 부채를 착 접으며 매끄러운 미소를 장착했다. 그러고는 제비처럼 가벼운 신법으로 스르륵 다가가 우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허, 젊은 벗이여. 낯빛이 맑고 기골이 장대한 것을 보니 보통 인물이 아니구려. 어찌 이 누추한 저잣거리에서 홀로 방황하고 계시오?”

우진은 멈춰 서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홍색 비단옷에 진한 분 냄새, 그리고 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는 머리채. 산골에서 곰과 늑대만 보며 자란 우진에게 유화봉의 모습은 실로 기이하고 신선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렇소! 나는 천하를 주유하며 풍류를 즐기는 의협, 비류검 유화봉이라 하오. 형제의 비범한 풍채에 이끌려 말을 건넸소이다.”

유화봉은 우아하게 포권을 취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평범한 시골 청년이라면 번쩍이는 비단옷과 거창한 별호에 기가 죽어 굽신거릴 터였다.

하지만 우진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다.

“비류검? 아, 날아다니는 버들잎 같은 검이라는 뜻이군요! 어쩐지 옷차림도 꽃잎 같고, 몸에서 진한 암술 냄새도 나는 게 참으로 자연 친화적인 무인이십니다!”

“……예? 암술 냄새요?”

유화봉이 당황하여 눈을 끔벅였다. 최고급 백단향 분 향기를 암술 냄새라니.

하지만 우진은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유화봉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 형님! 저는 형양현 북쪽 산자락에 만수도장을 연 관주 연우진이라고 합니다. 혹시 무예의 극치를 깨닫고 불로장생의 몸을 만들고 싶지 않으십니까? 우리 도장에 오시면 천국과 극락을 동시에 맛보실 수 있습니다!”

우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유화봉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맑고 투명한 눈동자 뒤편에 도사린, 형용할 수 없는 순도 백 퍼센트의 광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화봉은 이내 헛기침을 삼키며 속으로 비웃었다.

‘도장 관주? 저런 새파란 애송이가? 허세는 제법이구나. 그래, 어디 장단이나 맞춰주며 벗겨 먹어볼까.’

유화봉은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펄럭였다.

“하하하! 도장을 여셨다니 축하하오. 마침 나도 형양현에 머물며 몸을 위탁할 처소를 찾던 중이었소. 연 관주, 내 친히 그대의 도장을 방문하여 무학에 대해 논하고, 도장의 번영을 위해 후한 보탬이 되어주리다.”

‘산골짜기 도장이라니, 대충 며칠 묵으면서 저놈을 세뇌해서 내 수하로 부려먹으면 되겠군!’

유화봉의 음흉한 꿍꿍이를 알 턱이 없는 우진은 감격하여 유화봉의 손을 위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아아! 개관 첫날부터 이렇게 훌륭하고 화사한 손님이 찾아오시다니! 사부님의 은덕이 하늘에 닿았군요. 형님, 사양 마시고 어서 가시지요! 제가 극진하게 모시겠습니다!”

“하하, 극진할 것까지야. 그저 편안한 침상과 좋은 술 한 병이면 족하오.”

유화봉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진의 뒤를 따랐다.

자신이 제 발로 지옥의 염라대왕 소굴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비치는 형양현 북쪽 산자락.

유화봉은 헉헉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왔다.

“허억…… 허억…… 연 관주, 도장이 대체 어디 박혀 있길래 산을 이렇게 깊이 타시오?”

“다 왔습니다, 유 형님! 저기 보이지 않습니까?”

우진이 가리킨 곳에는 어둠 속에서 웅장하게(?) 서 있는 만수도장의 대문이 보였다.

유화봉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장을 살펴보았다.

산자락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돌담과 통나무집. 겉보기에는 그럭저럭 말끔해 보였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밤바람 소리가 묘하게 스산했다.

“흠…… 제법 한적하구려. 딱 조용히 쉬어가기 좋겠어.”

유화봉은 거들먹거리며 대문 안으로 성큼 발을 들였다.

“자, 연 관주. 날도 저물었으니 먼저 방으로 안내해 주시오. 내가 몸이 워낙 귀하여 눅눅한 곳에서는 잠을 못 자니,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특실로…….”

“물론입니다! 귀한 손님이시니 제가 사부님께 물려받은 ‘극락훈육’의 정수가 담긴 수련실로 모시겠습니다!”

우진은 활짝 웃으며 본채 안쪽의 널찍한 방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방 안에는 은은한 달빛이 비쳐 들고 있었다. 방바닥은 매끄러운 흙바닥이었고, 한가운데에는 푹신해 보이는 볏짚 요가 정갈하게 깔려 있었다.

유화봉은 겉보기에 멀쩡한 방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생각보다 깔끔하군. 고맙소, 연 관주. 그럼 난 이만 쉬겠으니…….”

“잠깐만요, 유 형님! 첫날밤을 맞이하는 손님께는 도장의 전통 환영식을 해드려야지요.”

“환영식? 무슨……?”

유화봉이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우진이 문가에 삐져나와 있던 굵은 칡넝쿨 줄기를 가볍게 툭 잡아당겼다.

철컥-!

어둠 속에서 무언가 톱니바퀴 맞물리는 듯한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어……?”

유화봉이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동공이 콩알만 하게 쪼그라들었다.

천장 서까래에 매달려 있던 집채만 한 거암 세 개가, 굵은 밧줄을 튕겨내며 맹렬한 기세로 유화봉의 정수리를 향해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끄아아아악?! 미친놈아, 이게 뭐야?!”

유화봉은 기겁하며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평생 써본 적도 없는 최고의 신법인 '유화보'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쿵! 쾅! 콰직!

그가 서 있던 바닥에 천 근짜리 바위 세 덩이가 연달아 내리꽂히며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방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덜덜 떨렸다. 간발의 차이로 바위에 깔려 떡이 될 뻔한 유화봉은 벽구석에 처박힌 채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암살이냐?! 살인마냐?!”

먼지 구덩이 너머에서, 우진이 맑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짝짝 쳤다.

“와아! 대단하십니다, 유 형님! 사부님께서 준비하신 '천정낙석(天井落石)의 환영'을 첫 시도에 피하시다니! 과연 바람처럼 날렵한 유희검이십니다!”

우진의 표정에는 진심 어린 감탄과 존경만이 가득했다. 살기 따위는 먼지 한 톨만큼도 없었다.

유화봉은 턱이 빠질 듯 입을 떡 벌렸다.

“화, 환영……? 바위로 대가리를 깨부수는 게 환영이라고? 너, 너 진짜 미친놈이냐?!”

“미치다니요? 무릇 진정한 무인은 잠을 잘 때도 육감을 열어두어야 하는 법이지요. 이 바위들은 밤새도록 반 시진 간격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형님의 쾌면과 기감 단련을 위한 제 작은 배려입니다!”

우진은 가슴을 탕탕 치며 뿌듯하게 웃었다.

유화봉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르딩딩하게 썩어 들어갔다.

‘반 시진마다 천 근짜리 바위가 떨어진다고……? 여기서 자라고? 날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유화봉은 더는 이곳에 머물다가는 제명에 못 살겠다고 직감했다. 돈이고 조수고 다 필요 없었다. 당장 이 미치광이의 굴다리에서 탈출해야 했다.

“나, 난 갈 테다! 도장이고 나발이고 당장 나갈 거야!”

유화봉은 문을 향해 맹렬하게 몸을 날렸다.

“어라? 야식을 안 드시고 가시려고요?”

우진이 아쉬운 듯 중얼거리며 마당으로 이어지는 복도 바닥의 스위치를 발가락으로 콕 눌렀다.

쩌저적!

복도 바닥판이 반으로 쩍 갈라지며, 유화봉의 발밑이 허공으로 꺼졌다.

“우와아아악!”

허공에 뜬 유화봉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 밑 다섯 자 깊이의 구덩이에서 우글거리며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수십 마리의 뱀들이었다.

쉬이이익-!

“꺄아아악! 뱀이다! 뱀!”

유화봉은 사색이 되어 허공에서 부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검기(劍氣) 대신 처절한 생존 본능이 담긴 부챗바람이 뿜어져 나와 벽을 짚고는, 뱀 구덩이를 아슬아슬하게 뛰어넘어 마당 한가운데로 곤두박질쳤다.

쿠당탕탕!

유화봉은 흙바닥을 대여섯 바퀴 구른 뒤, 비단옷이 갈기갈기 찢긴 채 엉금엉금 기어 일어났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얼굴에는 흙먼지와 눈물콧물이 범벅이었다.

우진이 언제 따라왔는지 마당 난간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감탄하고 있었다.

“오오…… 지상낙원 탈출 코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시다니. 유 형님, 형님의 하체 탄력과 순발력은 실로 일품입니다. 제자로 들어오시면 딱 사흘 만에 절정고수가 되시겠어요!”

“히, 히익…… 괴물…… 괴물이다……!”

유화봉은 이제 우진의 맑은 눈빛이 저승사자의 눈빛보다 백배는 더 무서웠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며 대문을 향해 기어갔다.

그때, 대문 밖 어둠 속에서 거친 발소리와 함께 묵직한 호통 소리가 산자락을 뒤흔들었다.

“이 야심한 밤에 웬 비명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