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구조 해석자2회차

2회차 · 샤인

규격 외의 신입생

이 글에는 생성형 AI 가 쓴 부분이 있습니다 자세히

시험관의 떨리는 목소리가 연무장의 웅성거림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바닥에 흩어진 3급 측정석의 잔해에서는 여전히 희뿌연 마나의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단단한 외벽 결계는 물론이고, 마나 완충재로 쓰이는 중심핵까지 깔끔하게 기화해 버린 참상이었다.

“이, 이걸 어떻게…….”

시험관은 깃펜을 쥔 손을 덜덜 떨며 차마 채점표에 무언가를 적지 못했다. 아스테리아 아카데미의 역사상 실기 시험에서 측정석을 파괴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제국을 뒤흔드는 대귀족의 유니크 등급 각성자들이나 해낸 일이었다.

그런데 그 주체가 15세에 시스템 코어가 튕겨 나간 낙오자, 상태창 하나 띄우지 못하는 미각성자라니. 상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벽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에단은 옷깃을 단정히 여미며 시험관을 똑바로 응시했다.

“시험관님. 앞서 말씀드렸듯 규정집 어디에도 ‘시스템 스킬의 판정 로그’를 제출해야 점수를 준다는 항목은 없습니다. 측정석이 파괴될 정도의 유효 타격을 가했으니, 불합격 처리는 불가능할 텐데요.”

에단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억지나 허세 따위는 섞여 있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담담하게 환기하는 태도였다.

시험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갔다.

“하, 하지만…… 미각성자가 이런 화력을 낸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혹시 몸속에 위험 등급의 마도 폭탄이라도 숨겨 온 게 아닌가? 시스템 파동이 전혀 잡히지 않았어!”

“소지품 검사는 연무장 입장 전에 철저히 마쳤습니다.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체내 마나 잔류 검사를 받아도 상관없습니다만.”

에단이 양팔을 가볍게 벌리며 남자답게 한 걸음 다가섰다. 물러섬 없는 태도에 오히려 시험관이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 그건…….”

“마나의 형태가 정형화된 스킬이 아니라고 해서, 외부의 불법 도구를 썼다고 단정하는 건 학술 기관의 시험관으로서 지나치게 비논리적인 추론 아닙니까? 아스테리아 아카데미는 마나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목조목 짚어내는 에단의 반박에 시험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귀족 자제들과 수험생들 역시 수군거릴 뿐 감히 에단의 면전에 대고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증발해 버린 측정석의 위력이 너무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중앙 통제실 쪽의 높은 단상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은발의 노마법사가 내려왔다. 학술원의 상급 시험관 예복을 갖춰 입은 그는 연무장 바닥의 크레이터를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만하게.”

노마법사의 나직한 한마디에 소란스럽던 장내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실기 시험 총책임자, 하인츠 교수였다.

“하인츠 교수님! 이 수험생은 미각성자인데다 시스템 공명도 없이…….”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인츠 교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시험관을 제지하며 에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노련한 시선이 에단의 단정한 기립 자세와 호흡,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눈빛을 샅샅이 훑었다.

“화염의 기하학적 다단 압축. 시스템이 제공하는 연산 보조 없이, 순수한 정신력과 체내 마나 순환만으로 외부 마나의 위상각을 비틀어 연쇄 폭발을 유도했더군. ”

에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인츠 교수는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규정은 규정이다. 측정석을 파괴한 수험생에게는 최상위 등급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아스테리아의 오랜 불문율이지. 407번 수험생 에단 크로이츠.”

하인츠 교수가 채점표 위에 깃펜을 내리찍었다.

“실기 시험, 만점. 합격이다.”

연무장이 다시금 술렁였다. 미각성자가 아카데미 실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했다는 초유의 사태였다. 에단은 차분하게 목례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는 더 이상 연무장에 미련이 없다는 듯 미련 없이 돌아섰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경악과 질투, 의구심 어린 시선 따위는 에단의 관심 밖이었다.

에단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아스테리아 아카데미라는 거대한 지식의 보고에 합법적으로 발을 들이는 자격증뿐이었다.

‘첫 단추는 깔끔하게 꿰어졌군.’

에단은 연무장 출구를 향해 느긋한 보폭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그가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 관람석 쪽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서슬 퍼런 살기와 마나의 열기가 그의 뒤통수를 찌르듯 쏘아보고 있었다.

연무장 바깥으로 이어지는 아카데미의 중앙 정원은 고풍스러운 백색 대리석 회랑과 붉은 장미 덤불로 수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에단은 복잡한 인파를 피해 한적한 회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의 본관으로 가 정식 합격 증서를 수령하고 기숙사 배정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

바스락.

등 뒤에서 규칙적이고 가벼운, 그러나 은밀하게 바닥을 디디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적인 귀족들의 나태한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무게중심이 완벽하게 잡힌 무인의 보법.

에단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머릿속으로 주변의 마나 밀도를 계산했다.

‘열역학적 팽창 계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군. 반경 5미터 내에 고온의 화염 속성 마나가 집중되고 있어.’

시스템 창따위는 없었지만, 에단의 감각 신경은 대기 중의 미세한 마나 진동을 정밀한 계측기처럼 포착해 내고 있었다.

탁.

마침내 뒤따라오던 인영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빠르게 앞질러와 에단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붉은 장발을 높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 그리고 하르트 대공가의 문장이 은실로 수놓아진 붉은 검사 제복.

허리춤에는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명검이 걸려 있었고, 핏빛처럼 맑은 루비색 눈동자가 도도하게 에단을 쏘아보고 있었다.

‘제국의 검희’, 레오나 폰 하르트였다.

그녀는 양팔을 낀 채 턱을 치켜들고, 대공가의 적통다운 위압적인 자세로 에단을 내려다보았다.

“잠깐 멈춰 서라, 크로이츠 남작가의 차남.”

에단은 걸음을 멈추고 온화한 표정으로 레오나를 마주했다.

“하르트 공녀님이시군요. 대공가의 고귀하신 분께서 저 같은 미각성자에게 무슨 용무가 있으십니까?”

레오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지나치게 침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보통의 귀족 자제들이라면 하르트 대공가의 직계 앞에서는 허리를 굽히거나 긴장하기 마련이었는데, 에단의 눈빛에는 티끌만 한 동요조차 없었다.

레오나는 검지손가락을 들어 에단의 가슴팍을 콕 찔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방금 연무장에서 쓴 그 술책, 대체 정체가 뭐지?”

“술책이라니요. 정당하게 마나를 운용해 시험을 치렀을 뿐입니다.”

“거짓말하지 마!”

레오나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회랑을 울렸다. 그녀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에단의 눈을 꿰뚫어 볼 듯 응시했다.

“내 감각은 속일 수 없어. 스킬이 발동될 때는 영혼에 정착된 시스템 코어가 고유한 주파수를 울리며 마나를 변환한다. 유니크 등급이든 F급이든 그 공명은 숨길 수 없어. 그런데 네 공격에는 시스템의 고유 파동이 티끌만큼도 섞여 있지 않았어.”

“호오.”

에단은 속으로 감탄했다.

대다수의 멍청한 각성자들은 그저 눈앞의 화려한 폭발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이 소녀는 그 짧은 찰나에 시스템 공명의 유무를 정확히 짚어냈다. 역시 대륙 최강의 무가에서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천재다웠다.

레오나는 에단이 침묵하자 자신이 정곡을 찔렀다고 확신한 듯, 한층 더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추리가 맞았군! 시스템 코어의 공명 없이 그런 고위력의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건 인간의 체내 마나로는 불가능해.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지. 너, 성황청에서 엄격히 금지한 ‘고대 암흑 아티팩트’나 ‘마나 폭축탄’ 같은 위험물을 몸속에 숨겨 온 거지?”

“……예?”

에단의 입에서 헛바람이 빠져나왔다.

너무나 진지하고 날카롭게 파고들더니, 결론이 완전히 엉뚱한 삼천포로 빠져 버린 탓이었다.

레오나는 에단의 당황한 표정을 ‘범행이 들통나 겁을 먹은 것’으로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가슴을 펴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흥, 발뺌할 생각 마라! 미각성자라는 수치에서 벗어나 가문의 인정을 받으려고 그런 위험한 금지 마도구에 손을 대다니…… 불쌍하긴 하지만 아카데미의 규율을 어지럽히는 짓을 묵과할 수는 없다. 순순히 자백하고 아티팩트를 넘기면 대공가의 이름으로 정상참작을…… 앗!”

너무 흥분해서 성큼 다가서던 레오나의 부츠 굽이 바닥의 대리석 틈새에 살짝 걸렸다.

휘청!

“꺄악?!”

당당하던 검희의 위엄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레오나는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꼬꾸라질 뻔했다.

에단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와 팔을 단단히 붙잡아 중심을 잡아 주었다.

찰나의 정적.

레오나는 에단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한 꼴이 되어 굳어 버렸다. 코앞에서 에단의 온화하지만 단단한 턱선과 차분한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공녀님?”

에단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레오나의 하얀 뺨이 순식간에 머리카락보다 더 붉은빛으로 타올랐다.

“앗, 아, 아니……! 이, 이게 무슨 무례냐!”

레오나는 에단의 가슴을 퍽 밀쳐내며 뒤로 세 걸음이나 펄쩍 물러섰다.

자신이 대공가의 후계자이자 ‘제국의 검희’라는 자각이 뒤늦게 벼락처럼 내리꽂힌 모양이었다. 그녀는 귀 끝까지 새빨개진 채로 헛기침을 큼큼 해대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크흠! 흐, 흥! 지, 지금 내게 손을 대다니…… 방금 건 발이 살짝 미끄러졌을 뿐이다! 내가 균형 감각을 잃을 리가 없잖아!”

“넘어지시려는 걸 도와드렸을 뿐입니다만.”

“누, 누가 도와달라고 했나?! 내, 내가 알아서 낙법으로 우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고!”

말이 헛나오며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는 꼴이, 방금 전까지 서슬 퍼런 살기를 뿜어내던 천재 검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에단은 겉으로는 정중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제국의 검희라더니, 생각보다 꽤나 허당이군.’

에단은 헛기침을 삼키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공녀님의 훌륭한 낙법 실력을 보지 못해 유감이군요.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고대 암흑 아티팩트’에 대해서는 정정을 좀 해야겠습니다.”

“뭐, 뭘 정정한다는 거냐! 죄를 인정하겠다는 뜻인가?”

레오나는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눈을 부릅뜨며 쏘아붙였다.

에단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레오나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마나를 집중시켰다.

위이잉.

에단의 손끝에서 작은 푸른빛의 스파크가 튀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호출음 따위는 없었다. 오직 순수한 마나의 흐름만이 대기 중에서 규칙적인 기하학적 궤적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코어가 존재하지 않아도, 체내의 신경망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생체 마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공녀님께서도 마나를 느끼실 줄 안다면 지금 제 손끝을 보십시오.”

레오나의 붉은 눈동자가 에단의 손끝으로 향했다.

그녀의 감각이 에단의 마나를 관측한 순간, 레오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에단의 손끝에 맺힌 마나는 단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교한 다면체 구조를 이루며, 중심부를 향해 일정한 비율의 회전 토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삼각형의 마나 선들이 얽혀 정사면체를 이루고, 그 외벽을 나선형 기류가 감싸며 마나의 손실을 ‘0’에 가깝게 억제하고 있는 기괴할 정도로 완벽한 구조.

“이, 이건…… 마나의 형태가 왜 이래? 스킬 매크로 없이 이런 인위적인 다면체 벡터를 제어한다고? 그게 인간의 뇌로 연산이 가능해?”

레오나는 검술의 천재답게 마나의 유동을 보는 눈만큼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에단이 눈앞에서 보여주는 현상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마나 기하학’의 영역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에단은 손가락을 가볍게 쥐어 마나를 흩어버렸다.

“스킬은 마나의 기초 역학을 정형화시켜 자동 발동하게 만든 완제품에 불과합니다. 완제품을 쓰지 않고 부품을 직접 조립해 결과물을 냈을 뿐인데, 그걸 ‘암흑 아티팩트’라고 부르신다면…… 시스템의 신이 인간에게 준 뇌는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뜻이겠지요.”

에단의 논리 정연하고 뼈 있는 한마디에 레오나는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그래도…… 시스템 없이 마나를 다루는 건 불가능하다고 교과서에……!”

“교과서를 쓴 사람들의 수준이 시스템이라는 나태한 요람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에단은 차분하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레오나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깊고 서늘한 눈빛에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사기극을 향한 지적 오만함과 절대적인 확신이 담겨 있었다.

레오나는 그 눈빛에 압도되어 숨을 들이켰다.

미각성자라고 멸시받던 남작가 차남에게서, 대륙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거인의 그림자가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너, 정체가 대체 뭐야?”

레오나의 목소리에서 방금 전의 푼수 같은 당황스러움이 가시고, 진지한 호기심과 경계심이 배어 나왔다.

에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에단 크로이츠. 아스테리아 아카데미의 신입생입니다. 공녀님과 같은 동기죠.”

“동, 동기……?”

“네. 그럼 기숙사 배정 시간이 늦어질 것 같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에단은 깍듯하게 목례를 한 뒤, 굳어 있는 레오나의 곁을 지나쳐 회랑 저편으로 걸어갔다.

레오나는 멀어져 가는 에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심장이 왜인지 모르게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방금 전 넘어질 뻔했을 때 맞닿았던 단단한 감촉 때문인지, 아니면 상식을 뒤엎는 이질적인 마나의 충격 때문인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에단 크로이츠…….”

레오나는 허리춤의 홍련검 손잡이를 꽉 쥐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동기라고……? 웃기지 마! 저런 수상하고 건방진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아? 내 눈으로 반드시 저 녀석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내고 말 테니까!”

그녀는 씩씩거리며 소리쳤지만,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붉은 기운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