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날들의 연대기1회차

1회차 · 드림캐처

사라진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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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시 중앙기록관리청 제2보존국으로 향하는 출근길은 언제나 같았다.

오전 7시 35분, 지하철 3호선 연주역 개찰구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젖은 외투처럼 무거웠다. 서진우는 습관처럼 왼쪽 손목을 들어 태엽식 기계식 시계를 확인했다. 초침은 일정한 박자로 은색 다이얼을 긁고 있었다. 날짜 표시창의 붉은 숫자는 '14'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우는 개찰구 위에 매달린 대형 전자 안내판으로 무심코 시선을 올렸다.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07:38]

푸른색 발광 다이오드가 뿜어내는 글자를 본 순간, 진우의 걸음이 뚝 멈췄다.

뒤따라오던 양복 차림의 남자가 진우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혀를 찼다. 진우는 사과조차 건네지 못하고 전광판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10월 21일.

진우는 코트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 상단에 뜬 디지털시계 옆에도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10월 21일 월요일'.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진우는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일요일이었다. 10월 13일 일요일. 베란다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고, 저녁으로는 편의점에서 사 온 된장국밥을 데워 먹었다. 밤 11시 30분에는 책상 앞에 앉아 만년필로 일지를 썼다. 침대에 누워 알람을 맞추고 잠든 것이 불과 여덟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21일이라니.

진우는 스마트폰의 캘린더 앱을 열었다. 14일부터 20일까지의 칸은 텅 비어 있었다. 그 흔한 스팸 문자나 알림 기록조차 지난 일주일간 단 한 건도 수신되지 않았다. 배터리 잔량은 94퍼센트였다. 꼬박 7일을 굶주린 기계가 유지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내가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건가?'

진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톱은 전혀 자라 있지 않았다. 턱을 문질렀으나 어제 아침 면도한 자리 그대로 거친 기운 없이 매끄러웠다. 일주일간 누워 있던 사람의 신체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플랫폼에 늘어선 수백 명의 출근자들은 누구 하나 동요하지 않았다. 다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거나, 멍한 눈으로 열차가 들어오는 선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열차 진입을 알리는 경쾌한 음악이 울렸다. 스크린도어 유리창에 비친 진우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진우는 떠밀리듯 전동차 안으로 몸을 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한기가 서서히 차올랐다.

제2보존국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동료 연구사 이민아는 탕비실에서 막 내린 원두커피를 종이컵에 따르고 있었다.

"서 연구사님, 좋은 아침."

민아가 종이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며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얼굴에는 전형적인 월요일 아침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진우는 외투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민아 연구사님."

"네?"

"오늘이 며칠입니까?"

민아는 커피를 한 모금 삼키다 말고 눈을 깜빡였다.

"월요일이요. 주말 지나고 첫날인데, 왜요? 아직 잠 덜 깨셨어요?"

"날짜요. 며칠인지 묻는 겁니다."

"21일이잖아요. 10월 21일."

민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진우는 천천히 그녀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어제가 며칠이었죠?"

"어제요? 일요일이니까 13일이었죠."

진우의 숨이 턱 막혔다.

민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숨을 쉬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태도로 대답하고 있었다. 진우는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13일 다음 날이 21일입니까?"

"네?"

민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녀는 진우가 실없는 농담이라도 던진다는 듯이 헛웃음을 쳤다.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진우 씨? 13일 다음 날이니까 오늘이 21일이죠. 달력 안 봐요?"

"13 다음 숫자는 14입니다. 어떻게 13일 다음 날이 21일이 됩니까? 중간에 14일부터 20일까지는 어디로 갔습니까?"

민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장난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에 대한 불쾌감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를 들은 사람' 특유의 당혹감이었다. 그녀는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계를 가리켰다.

"진우 씨, 오늘 10월 21일 월요일 맞잖아요. 어제가 13일 일요일이었고. 지난주 금요일은 11일이었고. 원래 그렇잖아요? 왜 그래요, 진짜 어디 아파요?"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거짓이나 장난의 기색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민아의 뇌 속에서는 '13일 다음은 21일'이라는 명제가 사칙연산처럼 완벽한 진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중간의 7일이라는 시간 단위 자체가 그녀의 인식 체계에서 완벽히 소거되어 있었다.

진우는 더 이상 말을 섞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동료가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이 도시 전체가, 혹은 이 세계 전체가 무언가에 의해 뒤틀려 있었다.

진우는 모니터 전원을 켰다.

그의 업무는 연주시 통합행정데이터망의 아카이브를 관리하고 검증하는 일이었다. 시청 산하 모든 공공기관의 전산 기록, 시민들의 행정 등록 데이터, 교통 관제 로그, 기상청 관측 자료가 실시간으로 이 서버에 보존되었다.

진우는 최고 관리자 권한으로 시스템에 접속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검색 조건 창을 띄우고 조회 기간을 설정했다.

[시작일: 2024-10-14 00:00:00] [종료일: 2024-10-20 23:59:59]

검색 범위를 '연주시 전역 전력 소비 데이터'로 지정한 뒤 엔터 키를 눌렀다.

화면 중앙에 모래시계 아이콘이 돌더니 결과창이 떴다.

[조회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Error Code: ERR_TIMESTAMP_NULL)]

진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데이터가 0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시스템 자체가 해당 날짜의 타임스탬프를 '존재하지 않는 규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검색 대상을 바꾸었다. 연주시 교통정보센터의 도로 CCTV 로그.

결과는 같았다.

10월 13일 23시 59분 59초의 패킷 로그 바로 다음 줄에 찍혀 있는 타임스탬프는 10월 21일 00시 00분 00초였다. 그 사이 168시간에 해당하는 7일간의 기록은 공백으로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원래부터 13일의 다음 1초가 21일이었던 것처럼 매끄럽게 봉합되어 있었다.

진우는 데이터베이스의 원시 트랜잭션 테이블을 강제로 뜯어보았다.

인위적인 삭제의 흔적조차 없었다. 파일을 지우면 남는 시스템 삭제 로그나 섹터 오버라이트의 찌꺼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연주시를 지탱하는 거대한 디지털 세계에서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의 일주일은, 태초부터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유령의 시간이었다.

'말도 안 돼.'

진우는 마른세수를 했다.

만약 그 7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 선명한 감각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진우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10월 15일 화요일, 퇴근길에 쏟아지던 기묘한 잿빛 비를. 우산 비닐을 녹일 것처럼 독한 유황 냄새가 진동하던 그 비를 피해 편의점 처마 밑에서 삼십 분 동안 서성였던 기억이 생생했다. 10월 17일 목요일 새벽, 창밖 너머로 보았던 비정상적인 붉은 하늘도 선명했다.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던 거대한 검은 균열을 그는 분명 두 눈으로 목격했었다. 공포에 질려 뜬눈으로 지새웠던 그 끔찍한 밤들이 고작 환각이란 말인가.

진우의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티션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전화 통화 소리,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평온하게 얽혀 들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수백만 명의 시민 전체가 지난 일주일을 감쪽같이 도려내진 채, 정해진 톱니바퀴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진우는 책상 아래로 손을 뻗어 출퇴근용 가방을 끌어당겼다.

디지털 기록이 모두 조작되고 지워졌다면, 물리적인 종이는 어떨까.

그는 가방 안쪽 깊숙한 비밀 지퍼를 열었다. 어떠한 전산망에도 연결되지 않은, 오직 자신의 손과 만년필 촉으로만 새겨 내려간 낡은 검은색 가죽 수첩이 잡혔다. 매일 밤 하루의 끝에서 진우가 직접 써 내려간 개인 관측 일지였다.

진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첩을 무릎 위에 올렸다. 손가락 끝이 잘게 떨려 표지를 넘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런 속지가 펼쳐졌다.

책장 위에는 진우의 날카로운 필체로 10월 13일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뒷장을 넘기자마자, 검푸른 잉크로 빽빽하게 채워진 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0월 14일 월요일. 도시 상공의 구름이 멈췄다.] [10월 15일 화요일. 잿빛 비가 내린다. 냄새가 이상하다.] [10월 16일 수요일…….]

기록은 존재했다.

세상이 통째로 지워 버린 7일간의 시간이, 그의 수첩 안에서 오롯이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