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스캔들1회차

1회차 · 드림캐처

쿨거래살인마의 정체

이 글에는 생성형 AI 가 쓴 부분이 있습니다 자세히

대한민국 3대 종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아니었다. 적어도 한여름의 인생에서는 그랬다. 여름의 유일무이한 유일신은 5년 차 보이그룹 ‘루미너스’의 메인 래퍼이자 총괄 프로듀서, 차도원이었다.

여름은 모니터 우측 하단에 조그맣게 띄워 둔 도원의 고화질 직캠 창을 멍하니 응시했다. 무대 위에서 흑발을 쓸어 넘기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도원의 날렵한 턱선은, 그 자체로 야근에 찌든 직장인의 썩어 문드러진 간세포를 재생시키는 영약이었다.

“한 대리, 오늘 자정 전까지 ‘바이럴 플랜 B안’ 수정해서 넘겨. 딴짓하지 말고.”

팀장의 건조한 목소리가 여름의 영혼을 강제로 현실로 소환했다. 여름은 빛의 속도로 알트 탭(Alt+Tab)을 눌러 스프레드시트 화면으로 전환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건반을 치듯 현란하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이미 다른 계산으로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늘 밤 11시 40분.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통해 성사된, 일생일대의 직거래가 잡혀 있었다.

매물은 무려 3년 전 팬클럽 2기 창단식 당시 현장에서 딱 백 명에게만 추첨으로 배포되었던 ‘전설의 흑발 안경 도원 미공개 포토카드’, 통칭 ‘흑안도’였다. 시세가 부르는 게 값이라 부르는 그 전설의 종이 쪼가리가, 드디어 여름의 손아귀에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판매자 ‘쿨거래살인마’는 쿨하다 못해 서늘할 정도로 에누리 없는 가격을 불렀으나, 여름에게 돈 따위는 숫자에 불과했다. 도원의 얼굴이 박힌 8.5×5.5cm짜리 유광 코팅 종이를 영접할 수만 있다면 다음 달의 자신이 컵라면으로 연명하는 것쯤은 숭고한 희생이었다.

‘팀장 놈아, 네가 아무리 날 쥐어짜 봐라. 오늘 밤 내 손엔 흑안도가 쥐어질 테니.’

여름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타자 속도를 올렸다. 마케팅 대행사 4년 차의 생존 본능과 덕후의 집념이 결합하자 불가사의한 속도로 기획서가 완성되었다. 밤 11시 15분, 최종 컨펌 메일을 발송하자마자 여름은 코트를 챙겨 들고 사무실을 튀어나왔다.

거래 장소는 여름의 자취방 근처이자,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밀집한 강남 외곽 골목의 한 24시 무인 코인세탁소 앞이었다.

여름은 헐레벌떡 택시에서 내려 골목길로 뛰어 들어갔다. 영하 7도의 칼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롱패딩 안의 심장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편의점 불빛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골목 끝, 낡은 빌라 틈새의 막다른 골목으로 몸을 던졌다.은 코인세탁소 간판 아래에 거대한 검은 형체가 서성이고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롱패딩에 검은 벙거지 모자, 그리고 얼굴의 3분의 2를 덮은 검은 마스크. 겉모습만 보면 당장 112에 신고해야 마땅할 수상한 행색이었으나, 여름은 직감했다.

‘저 자가 바로… 쿨거래살인마.’

여름은 호흡을 가다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채팅창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를 확인했다. [도원이의잇몸건강: 저 도착했어요! 세탁소 앞 벤치 쪽이에요.]

저 멀리 서 있던 검은 패딩 괴물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삐걱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괴물의 시선이 여름에게 꽂혔다. 여름은 비장하게 걸음을 옮겼다.

“저기… 혹시 쿨거래살인마 님?”

여름이 조심스럽게 암호를 대듯 속삭였다. 그러자 패딩 괴물이 움찔하며 뒤로 반 보 물러섰다. 모자챙 아래로 언뜻 드러난 눈매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키가 비정상적으로 컸다. 최소 185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괴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패딩 깃 안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잇몸 님이십니까?”

그 순간, 여름의 뇌리에 벼락이 내리쳤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아니, 지나치게 익숙했다.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묵직한 중저음. 은근한 비음이 섞여 있으면서도 딕션이 또렷하게 꽂히는, 지난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폰을 통해 뇌수를 적셨던 바로 그 음색이었다.

‘어라? 왜 채팅창 너머 판매자 목소리가 4K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로 들리지?’

여름은 멍청하게 눈을 깜빡였다. 추위 때문에 청각 중추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했다. 그래, 덕질을 너무 열심히 하면 환청이 들린다고들 하니까. 여름은 서둘러 잡생각을 털어내며 지갑을 열었다.

“네, 잇몸 맞습니다. 계좌로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현금으로 드릴까요? 제가 혹시 몰라 현금 오십만 원을 뽑아오긴 했는데…….” “현금이요. 제발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흔적이 남으면 안 돼서요.”

괴물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 몸짓 하나, 손가락의 뼈마디가 길고 반듯하게 뻗은 모양새마저도 어디서 억만 번쯤 본 것 같았다. 차도원의 시그니처인 왼손 검지의 작은 점까지도.

여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괴물은 패딩 안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흠집 하나 없는 탑로더(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곱게 담긴 포토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상태 확인해 보세요. 슬리브에 넣어서 빛 한 점 안 드는 암실에 보관했습니다. 잔기스, 찍힘, 휨 일절 없습니다.” “아, 네…….”

여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토카드를 받아 들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비춰본 카드 속 도원은 흑발에 얇은 은테 안경을 쓴 채 나른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실물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100% 진품 ‘흑안도’.

하지만 여름의 시선은 포토카드에 머물지 못했다. 카드를 건네주는 남자의 소매 끝으로 슬쩍 드러난 손목의 타투. 음표와 기하학적 나침반이 얽힌 문양. 저건 차도원이 작년 정규 2집 발매 기념으로 새겼다며 브이라이브에서 자랑스럽게 보여줬던 바로 그 타투였다.

여름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롱패딩, 벙거지 모자, 검은 마스크, 그리고 마스크 위로 드러난 짙고 곧은 눈썹과 쌍꺼풀 없이 서늘하게 내리깐 눈매. 그 눈매가 지금, 당황과 수치심으로 벌겋게 물든 채 여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차도원?”

여름의 입술 사이로 무의식적인 혼잣말이 새어 나갔다. 그 순간, 세상이 멈췄다.

남자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남자는 기겁하며 양손으로 마스크를 더 바짝 치켜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헛기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저, 저기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는데,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그냥 동생 심부름으로 나온…….” “차도원 맞잖아.” “아닙니다! 저는 평범한 대학원생 김철수입니다!”

‘김철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여름은 기가 차서 턱이 빠질 뻔했다. 대학원생 김철수가 왜 세계적인 힙합 페스티벌 헤드라이너의 손목 타투를 하고 있으며, 왜 멜론 차트 1위 가수의 성대를 장착하고 있단 말인가.

여름이 한 걸음 다가가자, 자칭 김철수는 두 걸음 물러났다. 장신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사내가 160cm 남짓한 여름 앞에서 잔뜩 쫄아붙어 세탁소 유리벽에 등을 바짝 붙였다.

“너, 너…… 도원아. 네가 왜 여기서 네 포카를 팔고 있어?”

여름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뒤집혔다. 존칭마저 실종된 순도 100%의 당혹감이었다. 자신의 최애가, 음악 방송 1위 트로피를 휩쓸고 다니는 슈퍼스타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츄리닝 바람으로 제 얼굴이 인쇄된 굿즈를 직거래하고 있다니. 이건 몰래카메라인가? 아니면 과로사한 자신의 뇌가 죽기 직전에 보여주는 마지막 주마등인가?

도원은 마스크 너머로 거친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국 체념한 듯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 미치겠네, 진짜.”

마스크가 살짝 내려가며 드러난 얼굴은, 의심할 여지 없는 ‘본인 등판’이었다. 화면보다 턱선은 더 날렵했고 이목구비는 비현실적으로 뚜렷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이었지만 가로등 불빛을 받아 자체 발광하고 있었다.

도원은 주변 골목을 미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더니, 여름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고 세탁소 옆 좁은 자판기 그늘 뒤로 끌고 들어갔다.

“쉿! 목소리 좀 낮춰요, 제발! 소리 지르면 나 진짜 회사에서 매장당해요!”

도원의 목소리는 애원을 넘어 비명에 가까웠다. 여름은 코앞까지 다가온 최애의 얼굴과, 손목을 감싸 쥔 따뜻하고 단단한 체온에 뇌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분당 200회 속도로 방망이질을 쳤다. 코끝으로 스치는 것은 그가 평소 애용한다고 알려진 우디 계열의 묵직한 향수 냄새였다.

‘살려주세요,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님. 최애가 저를 벽으로 밀쳤습니다. 아니, 이게 아니고.’

여름은 튀어나오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가까스로 이성을 부여잡았다. 덕후 5년 차의 짬바가 발동했다. 이런 비상사태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계를 타도 곱게 타야지, 주접을 떨다 쫓겨나면 평생의 한이 된다.

“도원… 씨.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해킹당했어요? 아니면 소속사가 정산 안 해줘요? 돈 없어요? 왜 본인 포카를 팔아요? 그것도 흑안도를?”

여름의 쏟아지는 질문 폭격에 도원은 이마를 짚으며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니라요…… 여동생 때문이에요, 여동생.” “동생이요? 유나?” “……제 동생 이름은 또 어떻게 아세요?”

도원이 질겁하며 쳐다보자 여름은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팬덤 내에서 도원의 여동생 이름과 나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읊어대니 영락없는 사생팬 꼴이었다.

“아, 예전에 브이앱에서 언급하셨잖아요. 아무튼 동생이 왜요?” “걔가…… 제 방 청소하다가 제 서랍에 있던 비공개 굿즈 상자를 털었어요. 그러더니 저번 주에 지가 산 명품 가방 카드값 메꿔야 한다고, 이거 안 팔아오면 제 중학교 때 브릿지 넣고 찍은 엽사 팬카페에 유출하겠다고 협박을…….”

도원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무대 위에서 세상을 다 씹어먹을 것처럼 “내가 이 씬의 유일한 지배자”를 읊조리던 래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여동생의 협박에 굴복해 야밤에 패딩을 뒤집어쓰고 나온 처량한 K-오빠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래서… 직접 나오셨다고요? 퀵을 부르든가 하지!” “걔가 당장 오늘 자정까지 현금 안 가져오면 트위터에 올린다고 카운트다운을 세는데 퀵을 언제 기다려요! 마침 구매자분이 자취방 근처라길래 후딱 뛰어나온 건데…….”

도원이 울상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그 억울함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여름은 헛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신이시여, 제가 5년 동안 숭배한 힙합 제왕이 사실은 동생한테 엽사로 삥 뜯기는 호구였단 말입니까.

“하…… 됐어요. 일단 돈부터 받으세요.”

여름은 지갑에서 빳빳한 5만 원권 열 장을 꺼내 도원의 손에 쥐여주었다. 도원은 돈을 받아 들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여름을 내려다보았다.

“저기…… 팬이시죠? 닉네임이 ‘도원이의잇몸건강’인 것부터가 빼박이긴 한데.” “네. 5년째 잇몸 마를 날 없이 도원 씨 보고 웃고 사는 대깨도(대가리 깨져도 도원)입니다.”

여름의 담담하고도 거침없는 자기소개에 도원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 그래요. 고마워요. 근데…… 이거 비밀로 해줄 수 있어요? 제발요. ‘차도원, 야밤에 지 포카 50만 원에 직거래하다 검거’ 같은 기사 뜨면 나 진짜 은퇴해야 돼요.” “제가 미쳤다고 내 가수의 사회적 매장을 돕겠습니까?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여름이 단호하게 가슴을 팡팡 치자, 도원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도감으로 물들었다.

“진짜 고마워요. 아, 맞다. 포카.”

도원이 여름의 손에 들린 탑로더를 가리켰다.

“그거, 하자 없는지 진짜 꼼꼼히 봐요. 내가 들고 오다가 모서리 살짝 스쳤을 수도 있으니까.” “아, 괜찮아요. 도원 씨 얼굴엔 잔기스 하나 없네요.” “……포카 표면 말이요.” “네, 표면도 무결점입니다. 오빠 용안처럼요.”

여름의 영혼 없는 직장인 톤 주접에 도원의 귀 끝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무대 위에서 팬티를 던져대던 해외 팬들의 환호성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아이돌이, 영하 7도 길바닥에서 일반인 팬의 담백한 주접에 수치사를 겪고 있었다.

“그럼… 거래 끝난 거죠? 저 가볼게요. 동생 놈한테 돈 던져주고 입 막아야 해서.”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음 달 컴백 쇼케이스 때 봬요. 1열 갈 거니까.”

여름이 쿨하게 손을 흔들며 돌아서려던 찰나였다.

골목 어귀에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검은색 밴 한 대가 세탁소 앞에 급정거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두운 골목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췄다.

차 문이 열리며 덩치 큰 사내 둘이 내렸다. 사내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연예부 파파라치, 혹은 악명 높은 사생 택시였다.

“야! 저기 패딩! 차도원 맞지?” “도원아! 잠깐 얘기 좀 해!”

사내들이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며 이쪽으로 전력 질주해 오기 시작했다.

도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망했다. 회사 차가 아니라 기레기들이야.” “뭐라고요? 기레기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와요?” “아까 숙소 앞에서부터 붙은 놈들인데, 따돌린 줄 알았더니……!”

도원이 반사적으로 여름의 팔을 잡았다.

“뛰어요!” “네? 제가 왜요? 전 그냥 지나가던 구매자…… 으악!”

여름의 항변은 도원의 무지막지한 완력에 묻혀버렸다. 185cm의 건장한 남성이 온 힘을 다해 내달리기 시작하자, 여름은 거의 공중에 붕 뜬 채로 질질 끌려가다시피 골목길을 질주했다.

번쩍이는 플래시와 헐떡이는 숨소리, 그리고 귓가를 스치는 매서운 겨울바람. 여름의 머릿속에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시발.’

최애와의 로맨틱한 첫 만남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처절한 도주극의 서막이었다.

두 사람은 미로 같은 빌라촌 골목을 꺾고 또 꺾어 내달렸다. 여름의 낡은 운동화가 빙판길에 몇 번이나 미끄러졌지만, 도원이 그때마다 억센 힘으로 그녀의 허리춤을 받쳐 올리며 강제로 전진시켰다.

“헉, 헉…… 저기요, 도원 씨! 저, 저 폐활량이 직장인 평균 이하거든요? 이대로 뛰면 저 객사해요!” “조금만, 헉, 조금만 더요! 저기 앞에 계단만 넘어가면……!”

도원 역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리 현역 아이돌이라 한들, 영하의 날씨에 롱패딩을 펄럭이며 성인 여성 하나를 달고 전력 질주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뒤편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거기 서요! 사진 다 찍혔으니까 확인만 하고 가요!” 카메라 렌즈가 부딪히는 짤랑거리는 소리가 등 뒤를 바짝 추격해 왔다. 이대로 가다간 도원의 열애설 기사가 대서특필될 판이었다. [루미너스 차도원, 심야 골목길에서 의문의 여성과 밀회 포착… 현금 뭉치 오가기도].

‘안 돼. 내 새끼 인생에 그딴 쓰레기 기사를 남길 순 없어!’

여름의 흐릿해지던 눈에 덕후의 결기가 번뜩였다. 그녀는 갑자기 도원의 손을 역으로 낚아채며 방향을 틀었다.

“이쪽이에요! 따라와요!” “네? 어디 가는데요?!” “닥치고 따라와요! 제 구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