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 드림캐처
최애가 내 방에 들어왔다
이 글에는 생성형 AI 가 쓴 부분이 있습니다 자세히
여름은 2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며 파악해 둔 지리를 뇌내 내비게이션으로 가동했다.
낡은 빌라촌의 골목길은 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미로였다. 정화조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는 세탁소 뒷골목, 폐가전제품들이 무덤처럼 쌓여 있는 막다른 틈새, 그리고 주민들만 아는 지름길인 좁은 시멘트 계단. 여름은 거침없이 차도원의 두툼한 패딩 소매를 낚아채고 가파른 계단 아래로 몸을 내던졌다.
“자, 잠깐만요! 여기 막다른 길 아니에요?!” “조용히 하고 뛰기나 해요! 저한테는 이게 일상의 통근로라고요!”
뒤편에서 헐떡이는 남성들의 거친 욕설과 발소리가 빗물받이 함석지붕을 울리며 따라붙었다. “야, 저 아래로 내려갔어! 계단 쪽으로 가!”
플래시 불빛이 빌라 외벽의 붉은 벽돌 위를 번쩍이며 스쳐 지나갔다. 여름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체력장은 늘 5등급이었고, 회사 계단 세 층만 걸어 올라가도 곡소리를 내던 2년 차 직장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내 손으로 내 가수의 스캔들을 터뜨릴 순 없어. 절대 안 돼!’
여름은 막다른 벽처럼 보이는 빌라 사이 틈바구니로 도원의 거대한 몸집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에어컨 실외기 두 대가 웅웅거리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좁디좁은 틈새였다. 성인 남녀 둘이 마주 보고 서면 코끝이 닿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었다.
“쉿. 숨 참아요.”
여름이 도원의 입술 앞에 검지를 바짝 들이댔다. 도원은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린 채, 어둠 속에서 가슴을 격하게 들썩이며 여름을 내려다보았다. 185cm의 거구가 좁은 틈에 갇혀 완전히 여름의 그림자 안에 갇힌 꼴이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사이로 도원의 뜨거운 숨결이 여름의 이마와 뺨을 어지럽게 적셨다. 은은하게 풍기는 머스크 향과 묵직한 우디 향이 섞인 체향이 좁은 틈새를 가득 메웠다.
쿵, 쿵, 쿵. 계단을 뛰어내려온 파파라치 두 명의 발소리가 실외기 바로 바깥쪽 골목을 지나쳤다.
“어디 갔어? 방금 이쪽으로 꺾었잖아!” “아 씨, 놓쳤나? 아까 그 여자 손잡고 뛰는 거 확실히 봤지? 그거 한 장만 제대로 건져도 내일 연예면 톱이야.” “골목 다 뒤져봐. 차도원 차가 근처에 있을 거야. 멀리 못 가.”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거친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여름과 도원은 석상처럼 굳어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정적이 찾아왔다. 오직 낡은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와,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미친 듯이 날뛰는 두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만이 벽을 타고 울렸다.
여름은 그제야 자신이 도원의 가슴팍에 양손을 얹은 채 거의 안기듯 밀착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툼한 패딩 너머로도 도원의 단단한 흉곽과 격렬한 심장의 고동이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미쳤다. 진짜 미쳤어.’
여름의 뇌가 과부하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모니터 속 4K 직캠으로나 보던 최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니. 이건 덕후로서 누릴 수 있는 성은(聖恩)의 한도를 아득히 초과한 수준이었다. 감히 유일신의 옥체에 불경한 손길을 대다니, 당장 손목을 잘라 사죄해야 마땅할 판이었다.
여름이 화들짝 놀라 손을 떼려 하자, 도원이 불쑥 손을 뻗어 여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아직 가요. 소리 내지 마요.”
도원이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동굴 속을 울리는 듯한 깊은 저음이 고막을 타고 흘러들어와 척추를 찌릿하게 관통했다. 귀에 닿는 도원의 입술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여름은 그대로 녹아내려 아스팔트 바닥의 오수가 될 것만 같았다.
골목 끝에서 멀어지던 차 시동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 뒤에야 도원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어깨의 힘을 풀었다.
“하아…… 살았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도원이 벽에 뒤통수를 콩 찧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땀에 젖은 흑발 몇 가닥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거칠게 몰아쉬는 숨 사이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던 래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야밤에 동생 심부름 나왔다가 날벼락을 맞은 영락없는 스물여섯 청년의 얼굴이었다.
여름은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헛기침을 삼켰다.
“가, 간 것 같아요. 이제 나오셔도 돼요.” “아, 네…….”
도원이 머쓱하게 좁은 틈새를 빠져나왔다. 길쭉한 팔다리를 삐걱거리며 털어내는 꼴이 마치 접이식 텐트를 펼치는 모양새였다. 도원은 골목 양옆을 경계하듯 살피더니, 여름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진짜 고맙습니다. 잇몸 님 아니었으면 내일 아침 포털 사이트에 제 면상이 대문짝만하게 박힐 뻔했어요.” “아닙니다. 제 가수의 사회적 명예를 지키는 건 수석 덕후로서 당연한 의무니까요.”
여름은 최대한 프로페셔널한 팬의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영하 7도의 한밤중, 강남 외곽의 으슥한 주택가 골목. 도원의 숙소나 소속사로 돌아가기에는 주변에 파파라치들이 쫙 깔려 있을 게 뻔했다.
도원이 패딩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하지만 화면은 까맣게 꺼진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 맞다. 아까 배터리 3퍼센트였는데…… 꺼졌네.” “매니저님 번호는 외우고 계세요?” “……제 번호도 가끔 헷갈리는데요.”
도원이 울상을 지으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여름은 관자놀이를 짚었다. 신은 그에게 완벽한 비주얼과 천재적인 랩 실력, 프로듀싱 능력을 주셨지만 생활 지능은 깜빡하고 두고 내리신 게 분명했다.
“숙소까지 걸어가실래요? 여기서 걸어서 최소 한 시간 반은 걸릴 텐데요. 그 패딩 입고 돌아다니다간 300미터도 못 가서 다시 기레기들한테 멱살 잡힐 거고요.” “그건 절대 안 돼요. 지금 숙소 앞에도 백퍼센트 잠복하고 있을 텐데…….”
도원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난감해했다. 185cm의 거구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 롱패딩을 여미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여름의 머릿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맹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일반인 한여름: 미쳤어? 남자 아이돌을 자취방에 들이겠다고? 너 제정신이야?’ ‘덕후 한여름: 닥쳐! 내 새끼가 길바닥에서 얼어 죽게 생겼는데 자취방이 대수야? 성지순례를 내 방으로 모실 수 있는 단군 이래 최대의 기회라고!’
여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결심한 듯 빌라 입구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희 집, 바로 이 앞이에요.” “네?” “이 빌라 3층이요. 일단 올라가서 폰 충전하고, 매니저님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세요. 밖에서 떨다 얼어 죽거나 사진 찍히는 것보단 낫잖아요.”
도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 그래도 돼요? 처음 보는 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좀…… 위험하지 않아요?” “처음 보는 남자라뇨. 저는 도원 씨 5년 동안 덕질하면서 골격 구조랑 치열 상태까지 다 외우고 있는데요. 그리고 도원 씨가 저한테 위험한 게 아니라, 도원 씨 입장에서 제가 위험한 거 아닌가요? 전 성공한 사생이 될 수도 있는 극성팬인데요.”
여름의 거침없는 팩트 폭격에 도원이 푸흏,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풀린 듯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하긴 그렇네요. 잇몸 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시니까요. 그럼…… 신세 좀 져도 될까요? 딱 30분만 폰 충전하고 매니저 부르면 바로 나갈게요.” “네. 대신 조용히 따라오세요. 계단 센서등 켜질 때마다 얼굴 가리시고요.”
여름은 비장하게 앞장서서 빌라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원은 롱패딩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여름의 뒤를 따랐다. 3층으로 올라가는 낡은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두 사람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내 302호 앞. 여름은 떨리는 손으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철컥, 하고 현관문이 닫히고 도어록 잠금음이 울리는 순간, 여름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잠깐만. 내 방 상태가……?’
불을 켜기 직전, 여름의 뇌리에 지난주 주말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루미너스 데뷔 5주년 기념 자체 홈파티를 벌인다며 온 벽면에 도원의 대형 패브릭 포스터를 걸어두었고, 침대 헤드에는 도원의 실물 크기 등신대 얼굴 쿠션이 놓여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각종 앨범과 포토카드 바인더, 야광봉, 슬로건이 제단처럼 세팅되어 있었다.
심지어 빨래 건조대에는 ‘차도원 내 삶의 빛’이라고 적힌 공식 응원 타월이 널려 있었다.
“불 켜도 돼요?” 도원이 스위치 쪽으로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잠깐만요! 불 켜지 마세요! 절대 켜지 마!”
여름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원의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딸깍’ 하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형광등의 백색 조명이 6평 남짓한 원룸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스위치를 켠 도원의 시선이 천천히 방 안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원의 표정이 서서히, 완벽하게 굳어졌다.
“…….” “…….”
정적이 방 안을 지배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흑발의 차도원, 금발의 차도원, 청재킷을 입은 차도원, 민소매를 입고 복근을 드러낸 차도원. 수십 명의 차도원이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진짜 차도원을 일제히 응시하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도원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인쇄된 쿠션이 얌전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도원아 누나 통장 다 네 거야’라는 문구가 박힌 슬로건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모니터 화면보호기마저 도원의 무대 교차편집 영상이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여름은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꼈다. 이곳은 자취방이 아니었다. ‘차도원 교(敎)’의 총본산이자 사이비 종교의 신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신전의 교주이자 신 그 자체가 제단 한복판에 강림한 것이었다.
“저, 저기…… 도원 씨. 이게 그러니까…….” 여름의 혀가 마비된 듯 굳어 덜덜 떨렸다. 살면서 겪어본 그 어떤 야근과 시말서, 클라이언트의 갑질도 이 순간의 수치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아랫집 천장을 뚫고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도원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벽면에 붙은 자신의 과거 사진들을 둘러보았다.
“와…….” 도원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붙은 거대한 패브릭 포스터 앞에 섰다.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레전드를 찍었던 가죽 재킷 착장의 포스터였다.
“이거…… 홈마(홈페이지 마스터) ‘원앤온리’ 님이 찍어준 거 맞죠? 이거 한정 수량이라 저도 제작진한테 부탁해서 한 장 겨우 구했었는데.” “……네?” “그리고 이 슬로건. 2년 전 첫 단독 콘서트 첫째 날에만 배포했던 공식 슬로건이잖아요. 이걸 아직도 보관하고 계시네.”
도원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책상 위에 놓인 아크릴 스탠드와 포토카드 바인더를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마치 자신의 박물관에 방문한 국왕처럼 진지하고 흥미진진한 눈빛이었다.
여름은 수치사 직전의 상태에서 겨우 눈을 깜빡였다. “저기…… 안 징그러우세요? 무슨 스토커 방 같잖아요…….”
도원이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 미소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눈부셔서 여름은 숨을 헉 들이켰다.
“징그럽긴요. 감동인데요. 제 얼굴로 도배된 방을 보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니잖아요. 아, 근데 저기 침대에 있는 쿠션은 좀 부담스럽네요. 제가 잘 때 제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가위눌릴 것 같은데.” “저, 저건 그냥 사은품으로 받은 거예요! 당장 치울게요!”
여름이 날다람쥐처럼 달려들어 침대 위의 도원 얼굴 쿠션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다 발이 이불에 걸려 휘청거렸고, 도원이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여름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쳐 안았다.
“조심해요. 넘어질 뻔했잖아요.”
도원의 얼굴이 불과 10cm 거리로 좁혀졌다. 젖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콧대, 도톰한 입술, 그리고 그 아래 자리 잡은 매력적인 점 하나까지 생생하게 시야에 박혔다. 도원의 손이 롱패딩을 뚫고 여름의 얇은 니트 허리춤을 꽉 쥐고 있었다. “……도원 씨.” “네?” “손 좀……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심장이 터져서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올 것 같아서요.”
여름의 간절한 호소에 도원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순식간에 귀 끝까지 붉어진 도원은 헛기침을 삼키며 방구석으로 물러섰다.
“미, 미안해요. 다칠까 봐 잡은 건데…….” “아닙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서랍에서 충전기를 꺼내 건넸다. 185cm의 거구가 6평 남짓한 원룸 바닥에 얌전히 웅크려 앉아 충전 케이블을 꽂는 모습은 기묘할 정도로 무해해 보였다.
여름이 떨리는 손으로 타 온 따뜻한 보리차를 건네자, 도원은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한 모금 넘겼다.
“고마워요. 살 것 같네요.” “별말씀을요. 도원 씨가 저희 집에 계신 것 자체가 제 평생의 기적입니다.”
여름의 담담한 고백에 도원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큭큭 웃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래퍼의 모습 뒤에 숨겨진, 지극히 소탈하고 다정한 본래의 모습이었다.
그때, 충전되던 도원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빅보스 실장님’이었다.
“으악, 실장님이다.” 도원이 긴장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 야! 차도원! 너 지금 어디야?! 숙소 앞에 기레기들 깔렸다고 난리 났는데 넌 왜 연락이 안 돼!
스피커 너머로 터져 나오는 고함에 도원은 슬쩍 폰을 귀에서 뗐다.
“아, 실장님! 죄송해요, 배터리가 나가서요. 저 지금 근처 빌라 골목인데, 다행히 따돌렸어요.” - 하, 진짜 미치겠다. 당장 위치 찍어. 골목 입구로 밴 보낼 테니까 꼼꼼히 가리고 나와 있어! “네, 죄송합니다. 바로 나갈게요.”
통화를 마친 도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롱패딩을 여미고 모자를 눌러쓴 뒤, 여름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잇몸 님, 오늘 밤은 진짜 평생 못 잊을 은혜를 입었습니다. 덕분에 스캔들도 막고 살아서 돌아가네요.” “가시는 길도 조심하세요. 다음 달 컴백 무대 꼭 갈게요.”
여름이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자, 도원은 현관문을 열기 전 장난스럽게 검지를 입술에 댔다.
“오늘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고마웠어요, 잇몸 님.”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도원의 기척이 사라졌다. 여름은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방 한가운데에 서서, 손에 쥐인 ‘흑안도’ 포토카드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던 한밤의 도주극이 그제야 달콤한 현실로 와닿기 시작했다.